장애인 이동권, 장애인만을 위한 것일까?
손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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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8 16:5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시위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촉발됐습니다. 그리고 관심은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출근길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시위 방식부터, 특정 장애인 단체의 정파성 까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장애인 이동권 외에도 탈시설과 장애인활동지원을 위한 예산 편성 등이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고 합리적인 주장인지는 하나하나 따져보고 합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 속에 겉으로 표출되지 않던 비난과 혐오가 수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장애인 이동권은 장애인 특혜"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지난주 장애인 단체의 삭발시위 현장에서 한 시민은 "장애인들이 무임승차 하지 말고 돈 내고 타면, 엘리베이터가 다 깔릴 것이다"라며 장애인 무임승차를 비판했습니다. 장애인 시위와 관련된 온라인 게시판과 기사의 댓글에는 "저상버스의 보급 기준이 뭔가, 장애인이라는 소수의 집단 이기주의 아닌가", "장애인은 사회적 강자 아닌가"라는 말까지 노골적으로 나왔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으로 장애인만 온전히 특혜를 누리는데, 심지어 돈도 안 낸다는 게 이들의 논리입니다.
무임승차 80%가 노인‥장애인 17%
그래서 <알고보니> 팀이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먼저 장애인들의 무임승차는 얼마나 될지 통계를 찾았습니다. 한국철도공사의 한국철도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의 지하철과 전철의 무임승차 횟수는 약 2억 8천만 회였습니다. 이 가운데 노인탑승은 약 2억 3천만 회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습니다. 장애인은 무임승차의 약 17% 정도로 노인의 5분의 1도 안 됩니다."17%도 많은 거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장애인 인구가 전체 장애인의 49.9%로 절반에 달합니다. 장애 노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았어도 지하철에 무임승차할 수 있습니다. 철도의 무임승차로 인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장애인이 아니라 인구 고령화인 것입니다.승강기 이용, 노인·영유아·유모차…
지하철 승강기도 노인와 아기 같은 교통약자들이 더 많이 이용합니다. 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서, <알고보니>팀이 직접 현장을 확인해봤습니다. 출근 시간이 끝난 평일 오전 10시 반부터 오전 11시 반 사이 한 시간 동안 서울 가양 지하철역에서 승강기 이용객을 집계했습니다. 이 역에는 승강기가 두 대가 설치 돼 있어 이용객이 분산됩니다. 집계 결과 전체 41명 가운데 휠체어를 타는 등 장애인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사람이 7명이었고, 나머지 34명은 노인과 유모차를 끄는 사람, 유아 등 교통약자들이었습니다. 이동권 보장이 절박한 장애인들이 앞장서 시위를 벌이고는 있지만, 제도의 수혜는 노인과 임산부, 영유아 등 비장애인 교통약자들까지 골고루 나눠 누리고 있는 겁니다.저상버스 만족도 '일반인>유모차>휠체어'
저상버스는 어떨까. 2020년 현재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7.8%에 불과합니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상버스에 대한 만족도는 '일반인>유모차>휠체어 장애인' 순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저상버스 이용자의 만족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휠체어 이용자의 저상버스 만족도는 1.85점으로 가장 낮았고, 유모차 이용자는 2.37점 이었습니다. 반면 일반인들의 저상버스를 포함한 시내버스 만족도는 4.11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저상버스의 ▶안전장치 등 차량시설 ▶정류장 ▶노선 등 정보제공 ▶버스운전기사 친절도 ▶비장애인의 시선 등 총 5개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를 했는데, 가장 만족도가 떨어지는 항목이 탑승시간 대기 등 '버스 운전사의 친절도'였습니다. 그 다음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차내 시설'이었습니다. 즉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막상 저상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탑승과 안전장치 체결에 시간도 걸리고 버스기사의 눈치가 보인다는 결과입니다. 반면 노약자를 포함한 일반인들이 훨씬 만족스럽게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신규 장애인 등록 65%가 '60대 이상'
장애인이 비장애인, 구분 자체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2017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가운데 88%가 후천적 영향으로 장애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신규 장애인 등록자수는 약 8만 3천 명입니다. 이를 인생주기(나이)별로 구분해 봤더니 눈에 띄는 것은 4살 때입니다. 수백 명대로 증가하다가, 4살에 1,002명을 기록합니다. 영유아 발달 과정에서 장애인임이 인지되는 시기가 그 무렵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장애인 신규 등록자수는 다시 수백 명대를 유지하다가 54살부터 다시 1천 명대에 진입을 합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증가해 70대 대부분의 시기에 2천 명대를 유지합니다. 2020년 새로 장애인에 등록된 사람 중에 '3분의 2'인 5만 4천여 명이 60살 이상입니다. 건강한 사람도 나이를 먹어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후천적 장애의 주요한 변수 중 하나는 '나이'입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미경 부연구위원은 <알고보니>와의 인터뷰에서 "(50대 중반 이후) 후천적으로 질환이랑 사고로 장애인이 늘고, 뇌졸중이나 노인성 질환으로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아 노인의 장애인 편입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가 본질
이번 사안의 본질은 '장애인 혐오냐 시위의 불법성이냐'에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본질'이라는 용어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논란 속에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삐걱대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진짜 본질이라는 접근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길 기대합니다. 장애인이 편하면 일반인도 편하고,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지난주 장애인 단체의 삭발시위 현장에서 한 시민은 "장애인들이 무임승차 하지 말고 돈 내고 타면, 엘리베이터가 다 깔릴 것이다"라며 장애인 무임승차를 비판했습니다. 장애인 시위와 관련된 온라인 게시판과 기사의 댓글에는 "저상버스의 보급 기준이 뭔가, 장애인이라는 소수의 집단 이기주의 아닌가", "장애인은 사회적 강자 아닌가"라는 말까지 노골적으로 나왔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으로 장애인만 온전히 특혜를 누리는데, 심지어 돈도 안 낸다는 게 이들의 논리입니다.
무임승차 80%가 노인‥장애인 17%
그래서 <알고보니> 팀이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먼저 장애인들의 무임승차는 얼마나 될지 통계를 찾았습니다. 한국철도공사의 한국철도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의 지하철과 전철의 무임승차 횟수는 약 2억 8천만 회였습니다. 이 가운데 노인탑승은 약 2억 3천만 회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습니다. 장애인은 무임승차의 약 17% 정도로 노인의 5분의 1도 안 됩니다."17%도 많은 거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장애인 인구가 전체 장애인의 49.9%로 절반에 달합니다. 장애 노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았어도 지하철에 무임승차할 수 있습니다. 철도의 무임승차로 인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장애인이 아니라 인구 고령화인 것입니다.승강기 이용, 노인·영유아·유모차…
지하철 승강기도 노인와 아기 같은 교통약자들이 더 많이 이용합니다. 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서, <알고보니>팀이 직접 현장을 확인해봤습니다. 출근 시간이 끝난 평일 오전 10시 반부터 오전 11시 반 사이 한 시간 동안 서울 가양 지하철역에서 승강기 이용객을 집계했습니다. 이 역에는 승강기가 두 대가 설치 돼 있어 이용객이 분산됩니다. 집계 결과 전체 41명 가운데 휠체어를 타는 등 장애인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사람이 7명이었고, 나머지 34명은 노인과 유모차를 끄는 사람, 유아 등 교통약자들이었습니다. 이동권 보장이 절박한 장애인들이 앞장서 시위를 벌이고는 있지만, 제도의 수혜는 노인과 임산부, 영유아 등 비장애인 교통약자들까지 골고루 나눠 누리고 있는 겁니다.저상버스 만족도 '일반인>유모차>휠체어'
저상버스는 어떨까. 2020년 현재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7.8%에 불과합니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상버스에 대한 만족도는 '일반인>유모차>휠체어 장애인' 순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저상버스 이용자의 만족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휠체어 이용자의 저상버스 만족도는 1.85점으로 가장 낮았고, 유모차 이용자는 2.37점 이었습니다. 반면 일반인들의 저상버스를 포함한 시내버스 만족도는 4.11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저상버스의 ▶안전장치 등 차량시설 ▶정류장 ▶노선 등 정보제공 ▶버스운전기사 친절도 ▶비장애인의 시선 등 총 5개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를 했는데, 가장 만족도가 떨어지는 항목이 탑승시간 대기 등 '버스 운전사의 친절도'였습니다. 그 다음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차내 시설'이었습니다. 즉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막상 저상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탑승과 안전장치 체결에 시간도 걸리고 버스기사의 눈치가 보인다는 결과입니다. 반면 노약자를 포함한 일반인들이 훨씬 만족스럽게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신규 장애인 등록 65%가 '60대 이상'
장애인이 비장애인, 구분 자체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2017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가운데 88%가 후천적 영향으로 장애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신규 장애인 등록자수는 약 8만 3천 명입니다. 이를 인생주기(나이)별로 구분해 봤더니 눈에 띄는 것은 4살 때입니다. 수백 명대로 증가하다가, 4살에 1,002명을 기록합니다. 영유아 발달 과정에서 장애인임이 인지되는 시기가 그 무렵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장애인 신규 등록자수는 다시 수백 명대를 유지하다가 54살부터 다시 1천 명대에 진입을 합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증가해 70대 대부분의 시기에 2천 명대를 유지합니다. 2020년 새로 장애인에 등록된 사람 중에 '3분의 2'인 5만 4천여 명이 60살 이상입니다. 건강한 사람도 나이를 먹어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후천적 장애의 주요한 변수 중 하나는 '나이'입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미경 부연구위원은 <알고보니>와의 인터뷰에서 "(50대 중반 이후) 후천적으로 질환이랑 사고로 장애인이 늘고, 뇌졸중이나 노인성 질환으로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아 노인의 장애인 편입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가 본질
이번 사안의 본질은 '장애인 혐오냐 시위의 불법성이냐'에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본질'이라는 용어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논란 속에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삐걱대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진짜 본질이라는 접근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길 기대합니다. 장애인이 편하면 일반인도 편하고,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