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파업 연대’ 활동가들 35억 배상 확정···“퇴행적 판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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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파업 연대’ 활동가들 35억 배상 확정···“퇴행적 판결” 비판

이길중 0 1
현대자동차가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동참한 노조 활동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활동가들이 사측에 35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됐다. 노동계와 법조계는 “손해배상 소송을 남용하는 사측의 관행을 바로잡지 못한 퇴행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한 활동가 A씨 등 4명에게 현대차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을 지난 3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사건을 따로 심리하지 않고 원심 판단 그대로 확정하는 판결이다.
A씨 등은 2010년 11월15일부터 25일간 이어진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에 동참했다. 당시 하청 노동자들은 울산1공장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같은 해 대법원이 현대차에 불법파견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조합원들 사이에선 다른 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사측은 하청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며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파업이 끝나자 사측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손해 등 20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다. 당초 피고는 노조 조합원 등 29명이었으나, 사측은 정규직 전환 제안을 받아들인 이들에 대해서만 소를 취하하고 나머지 피고인 A씨 등 4명을 상대로는 소송을 계속해왔다.
1·2심은 노동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3년 6월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책임을 동일하게 보면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노조 조합원 개인의 책임은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건을 돌려받은 부산고법은 조합원 개인의 책임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을 수긍하면서도 A씨 등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20억원으로 판결해 사측의 청구액을 그대로 인용했다. 확정 이자까지 하면 이들이 실제 사측에 지불해야 하는 돈은 총 35억원에 달한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추가 소송에 필요한 비용 1400만원을 모금한 끝에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별도 심리도 이뤄지지 않은 채 판결이 확정됐다.
시민단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는 논평을 통해 “회사가 지목한 대상자는 쟁의행위 결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주도자’로 보고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힘없는 노동자가 기업범죄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대법원이 판례라는 족쇄를 다시 한번 채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성명을 내고 “집회에서 사회를 본 행위가 현대차에 35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만한 정도의 기여인지 의문”이라며 “대법원이 기업의 불법에 저항한 노동자에게 수십억원의 책임을 지우는 퇴행적 판결을 고착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전남도가 645억원을 들여 건립 예정인 전남도기록원의 기본계획수립 과정에서 자격미달 업체를 통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는 해당 사실을 알고도 용역계약 해지 등 절차를 밟지않고 계약금액 일부를 줄여 용역을 강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는 2023년 2월~3월 ‘기록원 건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공고한 뒤, A사와 약 72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용역의 주요 목적은 기록원 건립에 필요한 제반 사항과 적정 부지를 도출하는 것이었다. 계약 기간은 2023년 11월 25일까지였다.
계약 종료를 보름 앞둔 11월 초, 전남도는 A사가 제안서에 명시된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고 당시 연구원 자격은 ‘기록관리학 석사 이상, 관련 경력 5년 이상’ 등으로 제한됐는데, A업체는 연구원의 경력 등을 속여 용역을 수주한 것이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입찰과정에서 업체가 제안서를 부정한 방법으로 제출했거나 허위 사실이 확인된 경우 해당 계약은 즉시 해지할 수 있다. 해당 업체에 대해 계약 참가 자격을 박탈하고 재정·행정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게 규정돼있다.
전남도는 용역 계약 해지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했다. 자문에서 행정안전부령 등을 근거로 ‘목적 달성이 곤란하거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전남도는 A사와의 계약금을 5400만원으로 감액하는 선에서 조치를 마무리했다.
김경은 법무법인 인의로 대표변호사는 “상위법에서 허용한 해지 권한을 적용하지 않고, 시행령보다 하위 규정인 행정지침을 근거로 조치를 취한 것은 해당 업체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A사의 최종 용역 보고서는 2024년 7월에 제출됐다. 명시된 용역 종료일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해당 용역 결과를 놓고서도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용역을 근거로 도기록원 건립 부지로 선정된 전남도립대학교 장흥캠퍼스가 내부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는 최하위권으로 평가(경향신문 6월27일자 보도)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미리 결말을 정해 놓고 진행한 용역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불공정한 행위가 반복되면 행정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당시 용역이 6개월가량 진행된데다 90% 이상 마무리된 상태여서 어떻게든 연내 마무리 짓기 위해 감액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을 지켜본 여성들의 소감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기대는 탄핵 국면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성평등 민주주의를 회복해가리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걱정은 지난 한 달간 언론에 보도된 새 정부 성평등 정책 관련 인사와 언행을 두고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이제 막 윤석열 정부의 백래시라는 한겨울 모진 한파를 헤쳐 나왔는데, 정작 맞닥뜨린 것은 따스한 봄이 아니라 으스스한 초겨울의 냉기라고 느낀다면, 과민한 걸까?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성평등가족부 설립’을 약속했다. 존폐의 기로에 섰던 여성가족부를 확대·개편하고 ‘성평등’이라는 포괄적인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차별금지법과 비동의강간죄 제정은 뒤로 미뤄졌지만, 일단 정책 추진 체계를 제대로 세우고 정책 방향과 내용을 다듬어가리라 예상했다. 누구보다 행정을 잘 아는 대통령이 여성의 목소리를 효과적인 정책으로 구현해내길 기대했다.
그런데 정부 출범 이후 간간이 들리는 소식은 마냥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것이었다. 말이란 맥락이 소거되고 한두 마디만 전해질 때 이해보다 오해를 낳기 쉽다.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새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알리는 기사에 등장한 말들은 예상을 빗나간 것들이었다. ‘남성의 불만을 다루는 부서’ ‘역차별’ 같은 단어들을 읽으면서 여성들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정책보다 되레 여성과 남성을 나누고 가르는 언어들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윤석열 정부와는 다른, 수준 높은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리라 믿었는데, 그래서 감기약을 먹으면서 추운 광장에 나섰는데, ‘동지’라고 믿었던 민주당 정부가 성평등 운동의 동지는 아니었던 걸까?
그런데, 따져보면, 모든 정부 부처는 국민의 불만을 다뤄온 것이 아닌가? 국민은 물론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고민은 교육부부터 국방부까지 전 부처의 업무와 관련된다. 청년 남성의 가장 큰 고민은 군대와 취업일 텐데, 국방부와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서가 아닌가. 여성가족부도 공무원 채용이나 육아휴직, 가족지원 정책에서 남성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문제는 이런 업무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추진 체계나 부서의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 부서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단지 간판만 바꿔 다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그것의 불평등성과 위계, 부정의를 개선하려는 지향을 더욱 폭넓게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사실 성평등 정책은 특정 부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전 부처의 정책이 성별 격차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고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평등은 대통령실을 포함한 정부 전 부처의 정책 기조이자 비전이 되어야 한다. 그런 체계 속에서 성평등가족부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정책의 목적과 결과를 검토하고 오류를 수정해나갈 책임이 있다.
이 과업을 위해 필요한 기구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다. 인력과 예산이 적은 성평등가족부가 정부 정책의 총괄적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대통령이 전 부처 장관들과 함께 성평등 관점에서 정책을 꼼꼼히 살피고 그의 지시를 부처에서 성실히 이행해갈 때, 성평등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소수 인원이라도 사무국을 두고, 상시로 과제를 발굴하며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이 기능이 없이는 성별 임금격차든, 성별 돌봄격차든, 젠더폭력이든 해소될 수 없다. 청년 남성들이 버거워하는 가족의 생계부양자 책임을 벗기 위해서는 맞벌이가 필수적이다. 여성이 취업한 가족에서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권리는 남성에게도 필요하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에서 그것은 위험한 도전이며 페널티도 크다. 포괄적 성교육은 청소년들이 성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고 친밀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교육부를 포함한 전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다. 성평등위원회와 성평등가족부는 효과적인 노력을 통해 부처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무너져온 성평등 정책을 다시 세우고, 갈등과 혐오에서 소통과 연대로 청년들의 마음을 바꿔나갈 중요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승리한 후보는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에 입사해 25년을 일하다 정치에 입문한 3선 의원이다. 그가 꺾은 경쟁자는 같은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운동권 출신 4선 의원이다. 선출 과정에서 논쟁은 없었다. 두 후보 모두 대통령을 위해 일을 잘해내겠다고 했다. 경쟁이 아니라 간택해달라는 요청에 가까웠다. 대통령의 국회 정무수석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 같았다.
김병기라는 인물에 새삼 관심이 갔다. 그가 여러 의원 중 한 사람이었을 때는 정보기관 출신 한 명이야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지난해 당내 공천을 기획한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 정도로 넘어갔다. 그런데 원내대표 자리는 차원이 다르다. 의원들을 지휘하는 국회 사령부의 수장이고, 권력 서열에서 의장 다음의 최고위 자리다.
‘열성 친명’ 김병기 원내대표
1987년에 그는 어떤 마음으로 안기부에 입사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때 안기부는 보통 정부 기관이 아니었다. 잡혀가면 고문을 받을지 모르고 불행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한 곳이었다. 그해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있었고 많은 희생이 이어졌는데, 그때 김병기의 선택은 왜 안기부였을까.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정의로운 정보기관”이자 국가안보에 “전문적인 정보기관”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병기의 지론은 2000년대 이후에나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20대 중반 안기부에 입사할 당시부터 전문적인 정보기관을 만들 꿈을 가졌다고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반정부 세력 탄압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의 일원이 되는 것을 정의로운 일로 여겼다면 그건 상식을 벗어난다.
다 옛날 일이니 출신은 어찌 됐든 의원이 된 다음 국회를 이끌 자질이나 성과, 업적을 쌓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기사를 검색해보건, 국회 회의록을 들여다보건 그가 원내대표여야 할 유의미한 인과성은 찾을 수 없다. 유일한 설명은 ‘열성 친명’이라는 건데, 그러면 결국 권력과 가까워야 성공한다는 교훈만 남기는 것 아닌가. ‘정의가 힘’이 아니라 ‘힘이 정의’가 되는 세상을 정당화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출방식도 생각해볼 일이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기발한 제도를 도입했다. 민주당 의원이 167명이니 당원 투표 20%라면 의원 42명의 영향력과 맞먹는다. 의원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득표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결과가 당원 투표로 뒤집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국 의원이 아니라 당원이 원내대표를 결정한 것일까. 알 수는 없다.
민주당은 김병기 후보가 이겼다는 결정만 선포했을 뿐, 당원 투표와 의원 투표에서 누가 얼마나 득표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미 지난해 당내 경선 때부터 누가 어떻게 공천받게 됐는지 알 수 있는 자료를 민주당은 공개하지 않는다. 관련 자료를 문의하면 비공개가 원칙이고 폐기했다고 답한다. 당원 주권이 강화될수록 과정은 더 불투명한 정당이 되고 있다.
민주당 ‘당원 투표’ 오용 우려
당원 투표를 불합리하게 오용한 사례가 처음도 아니다. 애초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었다. 그런 당헌을 어기고 2021년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와 부산시에 후보를 낼 때도 민주당이 앞세운 것은 당원 투표였다.
과거 박정희는 국민투표로 3선 대통령이 되고 유신체제를 수립했는데, 국민투표를 거쳤다고 해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정치학자는 없다. 민주당이 당의 헌법을 어길 때도 효과적인 수단은 당원의 뜻을 묻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당원의 뜻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당원을 동원해 당헌을 무력화시키고 원하는 결정을 이끈 이들을 위한 것이라 해야 할까.
최근 들어 우리 정당들은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의 정당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좋은 일이라 할 수는 없다. 아일랜드 출신의 정당 이론가 피터 마이어는 정당들이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로부터 멀어져 국가로 가까이 가는 것을 걱정한다. 정당이 당내 논쟁과 당내 갈등을 활성화하는 대신 억제하고, 국가적 발전 목표를 효율적으로 실현하는 통치 기구가 돼 갈수록 정당은 공허해진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위해 “일 잘하는 정당”이 되는 길을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런 일을 위해 당원을 동원하는 투표라면 그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권력에 종속적인 정당보다 자유로운 정당이 더 민주적이고 더 강하다. 그래야 정당은 국가도 대통령도 아닌, 시민과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안의 핵심 이슈인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예산을 담당하는 예산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경제 정책 전반을 기획하는 재경부가 현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부분을 가져오기로 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도 신설된다.
국정기획위는 이번 주중 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해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정부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가 주요 쟁점 사안들을 어느 정도 정리했고 대통령실과 협의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 금융위의 국내 금융 분야를 재경부에 합치는 내용은 사실상 확정됐다.
국정기획위는 먼저 기재부를 예산을 담당하는 예산처와 세제·경제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재경부로 나누기로 했다. 예산처는 대통령실이 아닌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기재부가 예산과 재정, 경제정책 등을 모두 포괄해 ‘공룡 부처’라는 지적에 따라 이를 나누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 운용했던 예산처와 재경부 체제로 돌아가는 셈이다.
현재 기재부와 금융위로 이원화된 국내 금융 관련 정책 분야는 재경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지금처럼 국제 금융정책은 기재부가,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각각 따로 담당하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에 금융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감독체계도 ‘2007년 체제’로 돌아가는 방향이 유력하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뺀 나머지 기능이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되고, 금융감독원에서 금융 감독기능을 수행하되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의 산업정책 측면과 감독정책 측면을 분리하자는 차원에서다.
국정기획위는 대통령실에 복수의 안이 아닌 하나의 안을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기재부 개편안은 가급적 예산처·재경부로 분리하는 하나의 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은 향후 대통령실 논의를 거쳐 검찰청 개편과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다른 부처 내용까지 포함해 정부안으로 새로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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