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부품결함 예측해 정비···대한항공, 에어버스 ‘예지정비 솔루션’ 도입
S.FP+는 에어버스의 대규모 데이터 플랫폼 ‘스카이와이즈’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항공기 유지·관리를 지원하는 첨단 예지 정비 솔루션이다. 사후 대응보다 예측에 중점을 줘, 항공기의 잠재적인 결함과 부품 고장을 미리 감지해 알려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항공기 운항 불가 상태(AOG)를 크게 줄여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지난해 2월 대한항공이 도입한 에어버스 ‘스카이와이즈 프리딕티브 메인터넌스 플러스’와 ‘스카이와이즈 헬스 모니터링’을 통합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항공기 운영의 안전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며 엔지니어링 작업의 효율성 역시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솔루션은 A321네오(neo), A330, A350, A380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엔 아시아나항공 기단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오종훈 대한항공 예지정비팀장은 “항공기의 잠재적 결함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운항 중단을 최소화하며 항공기 성능을 최적화해 나갈 것”이라며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기단 확대에 발맞춰 정비 체계 및 항공기 운용 효율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레이먼드 림 에어버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대한항공이 데이터 기반 정비로 새로운 차원의 운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추진한 경찰 조직 개편 결과 국제 수사와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외사 경찰 인력이 1000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한국인을 상대로 한 납치·감금 등 범죄피해 신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의 국제범죄 대응력에 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윤석열 정부 첫 경찰 수장인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조직 개편 중 하나로 경찰의 외사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당시 경찰의 외사 기능 정원은 총 1100명(경찰청 73명, 시·도경찰청 1027명)이었는데 조직 개편 후에는 외사국에서 이름이 바뀐 경찰청 국제협력관실 인력 49명만 남았다.
외사 인력을 줄이는 대신 정보 수집은 치안정보국이, 방첩·대테러 등은 안보국이 맡았다. 국제협력관실은 국가수사본부가 아닌 경찰청 소속으로 남아 국제 공조 업무를 맡았다.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3일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런 지적을 받자 “(캄보디아 사건이)외사 기능 축소와 관련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신을 인도받거나 수사 기록을 공유받지 못한 이유는 “캄보디아와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외사 업무를 오랫동안 맡았던 경찰관 A씨는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외사 기능의 손발을 다 잘라놓아서 지금은 나설 수 있는 사람도 부족하고 현지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해 조치가 늦고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 이후 국제 범죄는 전담부서 없이 여러 수사부서가 나눠서 맡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라고 한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 다중 피해 사기 범죄는 해외를 근거지로 삼은 경우가 많아 전담 부서 없이는 손대기 쉽지 않다.
A씨는 “‘손발’ 역할을 할 수사 인력이 없으니 해외에서 대놓고 범죄가 벌어져도 대응이 안되고, 한국에서 현금 전달책만 잡다 보니 해결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필리핀·태국 등에서 청부 살인 등 강력범죄가 벌어지면 국제범죄수사대 등 외사 수사 전담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의 공조 업무와 현장에서 뛰는 수사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했다. 당시 경찰 수사관들은 국내에서 찾은 단서를 현지 기관과 공유했고, 협의를 통해 현지에서 직접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제범죄 수사팀은 현재 마약수사대 산하 국제범죄수사계 정도만 운영 중이다.
국제범죄수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 B씨는 “한국 수사관들이 찾아오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현지 수사 기관의 반응이 달라진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 기관은 외국인 사건이라 큰 관심이 없다”며 “현지 기관과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평소 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B씨처럼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일했던 경찰관 C씨도 “국제 교류가 보편화한 시대에 당연히 국제 범죄도 보편화한다”며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 벌어진 일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외사 기능을 강화했어야 할 때 오히려 조직을 축소해 놓으면서 우리 국민을 방치하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1월7일(현지시간) 미얀마 국경과 인접한 태국 메솟. 태국을 방문했다 실종됐던 중국 유명 배우 왕싱(32)이 실종 사흘 만에 태국 경찰과 함께 나타나자 중국에서는 안도와 충격 어린 반응이 교차했다. 그는 출국하기 전과 달리 머리를 박박 깎인 상태였다.
왕싱은 태국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말을 듣고 태국을 방문했다가 중국계 범죄조직에 납치됐다. 캐스팅 제의부터 사기였다. 범죄조직은 왕싱을 미얀마 국경지대 ‘스캠 센터’에 가둬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투입할 요량이었다. 왕싱은 중국인 50명과 함께 갇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중국은 왕싱 사건 이전부터 미얀마 당국에 범죄조직 엄단을 요구해 왔다. 지난 한 해에만 5만명 넘는 자국민이 송환돼 왔다. 지난 9월29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중국으로 송환된 미얀마의 대표적 중국계 범죄조직 ‘밍씨 가문’ 일당 1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왕싱 사건이 가져온 가장 큰 파장은 사기 범죄 피해자를 향한 시선 변화일 것이다. 왕싱 사건은 ‘유명한 사람도 사기 범죄에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중국에서 사기 범죄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하다니 어리석다”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고 간 것이 아니냐”라는 시선을 받아 왔다.
동남아 등지에서 중국인 범죄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174명의 가족 487명은 왕싱이 구출된 바로 다음날 자신들의 가족도 구해달라며 집단 성명도 발표했다. 성명을 통해 대체 누가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자국보다 평균소득이 낮은 나라로 향하는지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성명에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조손가정에서 자라며 10대 때부터 생계를 책임져온 안모씨는 여동생 등록금 마련을 위해 중학교 때 친구와 함께 미얀마로 향했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서 국경을 넘은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연예계에 데뷔한다고, 어떤 이는 물류센터 전산관리자로 일한다고 생각하고 길을 떠났다.
이들은 사기와 인신매매 피해자이지만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가담한 만큼 구출되면 처벌도 뒤따른다. 감옥을 다녀오면 사회에 복귀하고 재취업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기껏 구출돼 놓고 다시 범죄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 대신 빚을 내 가며 몸값을 전해 범죄조직을 배불리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죄책감과 트라우마는 평생 따라다닌다.
중국계 범죄조직이 개척한 이런 사업 모델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자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의 범죄조직도 뛰어들었다. 한국인 피해자가 대거 나왔다는 것은 한국계 범죄조직이 대거 가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캄보디아의 피해자들은 세계적 문제의 한복판에 있다.
런던과 뉴욕에 거점을 둔 출판사 버소(VERSO)에서 지난달 <스캠 : 동남아 사기 범죄 단지의 이면>()이 출간됐다. 이 책은 동남아 사기 범죄를 ‘중국인의 범죄’가 아닌 ‘감시 자본주의’와 ‘현대판 노예제’라는 틀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국의 경험과 세계적 논의는 캄보디아의 한국인 피해자 ‘구출’과 ‘구출 이후’를 논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해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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