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화이부동]‘한방 유혹’이 중도를 죽인다
이 수치만 놓고 보자면 중도의 목소리가 가장 강하고 영향력도 가장 클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정반대로 중도를 폄하하거나 모욕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왜 그럴까? 중도는 선거가 임박하면 크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중도를 표방한 정당이나 후보는 없거나 매우 약하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어쩔 수 없이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두 거대 정당의 세력권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간다. 거대 양당의 지지도가 비슷할 때 소수일망정 마지막 승부를 결정짓는 게 중도라는 점에서 일순간 대접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접 시늉을 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돌아서선 중도를 향해 ‘기회주의’라고 비웃는다.
윤석열은 ‘자폭’을 함으로써 대통령직을 잃은 전 대통령이 되었지만, 자폭은 윤석열만 한 게 아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도 자폭 노선을 따랐다. “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라는 주장을 하며 윤석열 탄핵 반대에 앞장선 윤상현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한 김문수의 정신 상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국민의힘은 윤석열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은 채 윤석열을 껴안거나 아니면 비판은 하지 않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대선에 임하겠다는 후보를 선택했으니,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6·3 대선일 닷새 전인 5월29일 중앙일보 기자가 대구 동성로 사전투표장에서 투표하고 나온 시민들을 두루 만났는데 “뜻밖에 지지 후보가 바뀌었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한 유권자의 말을 들어보자. “둘 다 비등비등했는데 김문수 후보가 진짜 우리가 잘못했다고 얘기하셨으면 그쪽으로 갔을 거다. 당도 우리가 잘못했다, 바꾸겠다 했으면 앞으로 잘하겠지 하고 찍어주겠는데 안 그랬다. 저희 어머니도 여든이 넘으셨는데 옛날부터 쭉 (보수 후보) 찍으시다가 이번에는 아예 말씀을 안 하신다.”(이○○·56)
양당제, 한국정치에 채워진 족쇄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진영은 6월11일 “‘멍청한 당’ 국민의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국민의힘은 얼마나 멍청했던가? 이진영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특수성, 대선은 중원 싸움이라는 경험칙을 더하면 윤과 멀고 중도에 가까운 후보를 내세우는 건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윤과 가장 가깝고 중도에서 가장 먼 후보를 뽑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후보 바꿔치기하려고 벌인 소동은 그 불의함과 무능함이 실패 확률 제로라는 친위 쿠데타에도 실패한 옛 1호 당원의 그것과 닮았다. 이길 생각으로 그랬다면 참으로 멍청한 당이다. (…) 친윤계 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며 개혁하자는 젊은 비대위원장을 몰아세우고 있다. 윤의 폭정과 계엄을 싸고돌다 나라를 진창에 빠뜨리고 3년 만에 정권을 내준 ‘폐족’ 친윤이 무슨 낯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나.”
그럼에도 문제의 핵심은 국민의힘의 ‘멍청함’이 아니다. 멍청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표를 주지 않으면 된다.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그럴 수가 없게 돼 있다. 김문수는 41.15%의 득표율로 1439만5639표나 얻었다! 이 정도면 선전(善戰)한 것이라며 자화자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하니, 이렇다 할 변화를 기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게 바로 그간 거대 양당 구조로 먹고 살아온 기득권의 힘이다. 칼럼니스트 이대근은 5월27일 경향신문에 쓴 “우리가 선거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다당제는 정당 간 경쟁과 협력을 촉진하면서 강력한 권력 분산 효과를 낸다”며 “한국이 다당제를 했다면, 내란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은 제3, 4당으로 전락하고, 그사이 진보정당이 유력 정당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유력 정당의 등장 이전에 멍청한 당에 정당한 응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만으로도 현명한 당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느낄 정치 효능감은 매우 클 것이다.
멀쩡한 정당이 멍청해지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다른 대안을 말살하거나 극도로 협소하게 만드는 양당제 때문이다. 이대근의 말을 더 들어보자. “양당제는 다른 이념·비전을 가진 제3당의 등장을 막으면서 의제를 통제하고 대안을 제한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내란 세력과 단절하기는커녕 그들과 한몸이 되어 선거를 치르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재명이 집권해도 제1야당으로서 반대를 독점할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국민의힘이 자기 혁신에 목숨 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양당제는 한국 정치에 채워진 족쇄다.”
분권형 개헌과 선거제 개편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 부디 그 기대가 배신당하지 않기를 빈다. 하지만 제도적 변화와 더불어 정치적 문화·의식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도 꼭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다당제에 친화적인 중도의 실패에 대해 생각해보자. 거대 양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 중도 노선을 외쳤던 사람들에게도 전략적 오류가 있었다. 그간 중도를 표방한 이들은 선거 때만 잠시 목소리를 냈다가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곤 긴 침묵으로 빠져들었다가 다시 선거 때에 나타나는 패턴을 반복했다.
‘시민운동 모델’ 고려해볼 만
물론 그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선거 때에만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장이 서니 모든 면에서 열악한 중도 정치 세력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런데 그런 패턴이 굳어지면서 유권자들이 중도를 기회주의로 오해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중도가 그런 문제를 극복하고, 선거 시즌을 넘어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선거 때에 큰 걸 이루려는 ‘한방 유혹’이 중도를 죽인다는 걸 인정하면서 획기적으로 새로운 모델을 찾아 나서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 어떤 새로운 모델이 가능할까? 사적인 자리에선 많이 거론되지만, 공개적으론 거의 언급되지 않는, 시민운동 모델을 원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모델은 중도 정치 세력이 시민운동을 겸하면서 유권자들로부터 지명도와 신뢰를 얻어나가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평소 지속 가능한 활동력을 보여줌으로써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모아 선거 때에 정당 조직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당장 제기될 수 있는 반론은 “그건 시민운동에 대한 모욕”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위선적이다. 이미 시민운동단체는 충분히 정치적이거니와 정파적인 집단으로서 정관계 진출의 주요 통로 중 하나로 활용돼왔기 때문이다.
시민운동단체의 이런 이중성에 대해선 그간 많은 비판이 제기돼왔지만 달라진 건 없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교수, 언론인, 법조인 등이 시민운동과 관련된 사회자본을 통해 정관계에 대규모로 진출하는 관행이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온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위선과 기만이 비판받아야지, 왜 정직하게 “언젠가는 정당으로 전환할 시민운동단체”라고 밝히는 게 문제가 된단 말인가?
그간 정파적 시민운동단체는 거의 대부분 거대 정당들처럼 진보 아니면 보수였다. 중도는 없거나 매우 드물었다. 이제 중도는 선거 때만 나타나서 갑자기 정당과 같은 정치조직을 만들어 표를 얻어보려는 ‘한방 유혹’을 떨쳐버리고, 기존 거대 양당체제를 깨겠다는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면서 평소 실력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을 향해 “당신들에게 다른 대안이 있어?”라는 식의 암묵적 협박을 하면서 퇴행을 일삼는 오만방자한 거대 정당에 철퇴를 내릴 수 있다.
대안이 없어 당했던 인질 노릇, 이젠 그만둘 때가 되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확대되자 30일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행안부는 이날 현재 전국 183개 특보구역 중 145개 구역(79%)에 폭염특보가 발령됐으며,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위기경보를 상향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폭염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올라간다. 경계 단계는 전국 특보구역 40% 이상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3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해당한다.
행안부는 이날 긴급 폭염대책 회의를 열어 대응상황을 점검했다.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는 폭염 비상대응체계 강화, 취약노인·농업인·근로자·야외활동자 등 민감대상 보호 대책 강화, 무더위쉼터 및 폭염 저감시설 운영·점검 확대, 농축수산업별 피해 예방 대책 시행 등 소관 분야별 철저한 안전관리를 지시했다.
또 폭염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피해 상황을 확인하면서 대응 태세를 철저히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당분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는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폭염에 대응하겠다”며 “더운 시간대 야외 활동을 자제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등 폭염 대비 국민행동요령을 적극 실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처절, 무참, 비운. 사도(思悼)세자 하면 시호처럼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이미지다. 세자는 어렸을 때부터 글공부보다 병서를 가까이하고 활과 칼을 즐기는 무인 기질이 많았다. 그런 성품으로 방 안에 앉아 책만 보기는 답답했으리라. 세심하고 꼼꼼했던 영조는 품 너른 아버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들의 행실이 기대에 못 미치자, 심지어 가뭄과 우레도 세자 탓으로 돌렸다. 영조의 끊임없는 질책과 조바심은 결국 세자의 화증을 돋우고 바깥으로 돌게 했다.
1760년 7월 세자는 온양으로 원행을 나섰다. 의관의 건의에 따라 피부질환 치료차 온양의 온천을 찾았다. 온천에서 몸을 회복한 후, 세자는 활쏘기를 했다. 한여름 오후의 뜨거운 햇빛 아래 활쏘기를 마친 세자는 온양군수 윤염에게 활터에 괴목(槐木) 3그루를 품(品)자형으로 심어 그늘을 만들게 했다. 그 후 충청감사 이형원이 그곳에 축대를 만들어 ‘영괴대(靈槐臺)’라 이름 짓고 조정에 보고했다. 정조는 기뻐하며 ‘靈槐臺’라는 친필을 내리고 비를 세우게 했다.
영괴대와 괴목은 그림으로도 그려졌는데, <온궁사실> <영괴대기> <온궁영괴대도>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혼란스러운 것은 괴목의 정체다. 고문헌에 기록된 괴목은 회화나무나 느티나무를 뜻하므로 전후 맥락이나 현장 확인이 중요하다. 일제강점기 영괴대를 찍은 사진 엽서에는 수세가 매우 약해진 느티나무 사진 아래 회화나무의 학명이 표기되어 혼란을 가중한다. 그러나 당시 심었던 괴목의 밑동이 현재 남아 있고, 일제강점기 사진 엽서의 나무는 전형적인 느티나무 수형이므로 괴목은 느티나무가 분명하다. 하지만 <온궁영괴대도>에는 기수우상복엽의 회화나무로 그려져 있다. 이는 괴목을 그린 화가가 현장을 가보지 않고 글자만 해석해 그림으로 남긴 사례다.
나무 이름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영괴대와 느티나무는 사도세자와 관련된 거의 유일한 유적이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렸던 화성 행궁 정문 앞에도 느티나무 3그루가 자라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온양 행차 후 2년이 지났을 무렵, 1762년 7월 임오화변이 일어났다. 그해 여름은 가뭄이 심해 영조는 수차례 기우제를 드렸다. 세자가 비좁은 뒤주에 갇혀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채 숨을 거둔 후에도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 대신 우레와 천둥이 빈번하고, 태백성(금성)이 낮에도 출몰한 기록이 실록에 자주 등장한다. 나라의 변고가 하늘에 전해졌던 것일까.
10대 때부터 광안리를 들락거린 X세대에게 광안리는 그저 뻔한 여행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웬걸, 오랜만에 다시 찾은 광안리는 뻔하지 않은 여행지로 변신해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광안대교의 매력을 기본으로 깔고, 주변부에 이색적인 즐길거리가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금 광안리에 간다면 이렇게 놀자.
똑띠 알아둬라…빵지순례는 ‘빵천동’
X세대는 광안리 하면 ‘회 한 접시’를 먼저 떠올렸는데, Z세대는 광안리에 가면 빵부터 찾는다. 광안리가 빵지순례지로 입소문 난 데는 ‘빵천동’이 한몫했다. 빵천동은 광안리해변 남쪽 동네인 남천동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이 일대에 작은 빵집이 많이 모여 있어 이런 애칭이 붙었다.
빵천동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해변 남쪽 끝으로 이동하자. 남천해변공원과 삼익비치타운아파트가 마주하는 사거리에서 본격적인 빵지순례를 시작한다. 사거리에 서면 아파트 상가 건물에 자리한 순쌀빵이 보인다. 동네 사람들에게 유명한 찐 로컬 빵집으로, 약 20년 동안 국산 백미, 흑미, 현미를 이용해 쌀빵을 만들어 왔다.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밀가루 음식을 불편해해 전담 셰프가 이곳의 쌀빵을 제공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순쌀빵 맞은편 광남초등학교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디저트 빵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바닷마을과자점이 등장한다. 흡사 소설책 제목 같기도 한 이름에 이끌려 들어선 아담한 빵집 안에는 매무새 고운 디저트가 가득하다. ‘파리 광안리’ ‘블루베리 나이츠’ 등 디저트 이름마저 문학적이다. 매장 내 테이블은 2인석 하나. 이마저도 예약제로 운영하므로 소설책 같은 장면 속에 잠시 머무르고 싶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디저트 마니아들 성지가 된 ‘남천동’빵지순례 돌다 소품숍 산책도 매력
지역 맛집 메뉴 총집합 ‘밀락더마켓’7월 ‘야시장’ 재오픈…인기몰이 예고
해변가에선 ‘SUP’ 패들보드 체험을
바닷마을과자점이 자리한 골목 안에만 오픈런 맛집이 여럿이다. 바통과 하드 계열 빵이 유명한 무슈뱅상, 호박 인절미 하나로 승부를 거는 호박가게가 대표적이다.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대로변에는 4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제과가 서 있다. 대로를 따라 북쪽 방면으로 3~4분 걸어가면 웨이팅 필수라는 앙시앙과 서희와제과를 차례로 만난다. 앙시앙에서는 바사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조화로운 페이스트리 크레페를, 팥빵의 지존인 희와제과에서 운영하는 서희와제과에서는 밤팥빵을 우선 담고 보자. 서희와제과 옆 골목에 있는 크림빵·맘모스 맛집 더베이베이커리까지 발 도장 찍으면 오늘 빵지순례 완성!
골목골목 소품숍 따라걷다…인생커피 한 잔 더!
빵지순례로 빵빵해진 배와 묵직해진 다리에 쉼을 줄 시간이다. 즉 커피 타임이라는 말씀. 광안리에 왔으니 시원한 바다 전망 카페를 가야 할 것 같은데, MZ세대들은 요즈음 광안리 뒷골목에서 카페 투어를 즐긴다. 오션뷰를 대체할 저마다의 개성을 내세운 매력적인 공간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선, 커피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히떼로스터리와 베르크로스터스가 이 일대에 자리한다.
‘밸런스 좋고 여운이 깔끔한 커피’를 추구하는 히떼로스터리 광안점은 평범한 건물 2층에 들어섰다. 히떼의 상징인 앙증맞은 초록색 집 모양 간판 하나 덜렁 달린 요란하지 않은 외관이다. 이 때문에, 지나다가 그냥 찾아오기보다는 이곳을 콕 찍어 방문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키오스크 주문이 대세라는 시대에 종이로 메뉴 주문을 받는다. 자리에서 편안하게 메뉴판을 탐독하며 원하는 커피와 원두 종류를 고른 후 손글씨로 적어 제출하면 된다. 카운터에 서서 빨리빨리 주문할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음미하도록 배려받는 기분이다. 부산 유명 타르트 전문점인 타르트훌리건(옛 몬스터파이)의 타르트도 함께 판매한다. 빵지순례 후라 커피만 마시려던 초심을 잃고 기어이 타르트까지 주문하고 만다.
전포카페거리의 대표 격이었던 베르크로스터스도 최근 광안역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려 4층짜리 건물 전체를 사용한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답게 엄선한 고품질 원두를 기반으로 필터 커피와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를 선보인다.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테 중 2가지를 선택하는 테이스팅 세트 메뉴를 추천한다. 커피 애호가라면 오늘만큼은 ‘커피 한 잔 더!’ 욕심을 부려봐도 좋다. 커피 메뉴 추가 주문 시 반값에 즐길 수 있다.
레트로 감성의 작은 카페를 선호한다면 히떼로스터리와 더베이베이커리가 둥지를 튼 골목길이 정답이다.
오래된 맨션 건물 사이로 뻗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스며들어 있다. 호주식 커피를 선보이는 레인스트릿, 필터 커피가 돋보이는 피코스텐, 브런치 맛집인 리틀오스 등 선택지가 다채롭다. 프랑스로 순간 이동한 착각이 들게 하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도 빼놓을 수 없다. 카페 맞은편 맨션 벽을 끼고 꾸며 놓은 야외 좌석이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골목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카페와 다양한 테마의 상점이 공존하는 까닭에, 카페 투어는 자연스레 소품숍 탐방과 연결된다. 책을 좋아한다면 독립서점 밤산책방, 그릇에 관심 있다면 앵커81, 문구류 애호가라면 센티멘탈노트를 여행 동선에 저장하자.
부산 힙스터 여 다 와뿟다 ‘밀락더마켓’
해변 남쪽 남천동에 내로라하는 빵집들이 있다면, 해변 북쪽 민락동에는 밀락더마켓이 있다. 부산 시민들의 추억의 장소인 놀이공원 미월드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밀락더마켓이 들어선 게 2022년 일이다.
민락항을 끼고 건립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건축물은 부두의 대형 창고 형태를 띠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지역 특색을 잘 반영하면서도 트렌드에 부합한 이 건축물은 ‘2022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바다 쪽 전면이 통창으로 이뤄지고 그 앞에는 계단식 좌석이 설치됐다. 민락항과 광안대교가 연출하는 부산다운 바다 풍경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건물 안에는 각종 식음 공간과 편집숍, 팝업 스토어가 들어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아이스크림 멜론빵으로 주목받는 밀락당, 부산 베이글 맛집인 미친베이글, 수제 맥주 전문점 네이키드에이프 등이 유명하다. 스타벅스도 입점했는데 독특하게 칵테일을 판매한다. 스타벅스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이곳을 포함해 전국에 단 10여개.
밀락더마켓은 야시장이 열리는 밤 시간대에 더욱 활기차다. 낭만적인 부산 밤바다와 신나는 음악, 맛있는 음식과 술이 함께하는 야시장 ‘마켓나이트 시즌2’가 7월1일부터 시작된다.
물놀이 빼놓기 아쉬울땐 왓 SUP!
그래도 광안리에 왔으니 바다에서도 놀아야 하지 않겠는가. 트렌드의 중심에 선 광안리해변에는 스탠드업 패들보드(Stand Up Paddleboard)를 즐기는 SUP 존이 있다. 해변 남쪽 구역을 SUP 존으로 지정하고 패들보드 보관대, 사계절 샤워장, 포토존 등을 설치해뒀다.
주변에 강습과 장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SUP 전문업체들도 많아 초보자도 편하게 체험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접하는 현대적인 SUP은 하와이의 서핑 강사들에 의해 발전했다고 알려져 있다. 패들보드는 서핑보드에 비해 안정감 있고 배우기도 쉬운 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은 수상 스포츠로 꼽힌다.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패들보드에 몸을 싣고 광안리 바다를 유유히 유영할 수 있다. 일반 체험 외 일출이나 일몰에 즐기는 SUP, 해변과 수상에서 진행하는 SUP 요가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핵 협상 재개를 위해 민수용 핵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지원금 등 대이란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기에는 대이란 제재 완화,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 핵시설 재건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가 미국의 이란 공습 전날인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아랍 동맹국들과 만나 수 시간에 걸친 비밀 회담을 하고 이란과의 협상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담에선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수반하지 않는 민수용 핵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200억∼300억달러(약 27조∼4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비용은 미국이 직접 부담하지 않고 아랍국가 파트너들이 부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워트코프 특사는 “미국은 프로그램 구축 비용을 감당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해제하고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에 달하는 해외 동결 자금에 이란 정부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미국이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타격한 포르도 핵시설을 우라늄 농축 기능이 없는 민수용 핵시설로 대체하고 그 비용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아랍 국가들이 부담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여러 가지 제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모든 논의의 핵심 전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불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자국의 권리로 주장해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6차 회담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이란 핵시설을 폭격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을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협상 재개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참석차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해 “다음 주에 이란과 대화를 가질 것”이라며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도 같은 날 인터뷰에서 “이란과 포괄적인 평화 합의를 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란이 민수용 핵 프로그램을 보유할 수는 있지만, 우라늄을 농축할 수는 없다며, 대신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수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란과의 문제와 대화는 ‘농축이 불가능한 더 나은 민간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의 영향으로 이란이 핵 협상에서 미국의 조건을 수용하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역으로 이란 정권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이란 의회는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핵 프로그램 운영 의지를 드러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국영 TV 인터뷰에서 이란은 현재로서 미국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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