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상간녀변호사 글린다도 이건 몰랐겠지, 엘파바가 되는 마법···진화하는 경험 소비 ‘AI 포토부스’

이길중 0 12 10.31 12:04

의정부상간녀변호사 커튼을 젖히는 순간, 눈앞에 무대가 ‘확’ 열렸다. 뮤지컬 <위키드> 속 장면이 그대로 옮겨진 듯 초록빛 조명이 얼굴을 물들이고, 분홍빛 광선이 공기를 가르며 퍼졌다. 낯선 공간의 공기에 잠시 몸이 굳었지만, 옆에 놓인 지팡이를 집어 드는 순간 달라졌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에 포즈가 자연스레 잡혔다. 카메라 속엔 ‘어색한 나’ 대신 마치 엘파바가 된 듯한 또 다른 내가 서 있었다.
공연만큼 흥미로운 포토 체험
지난 금요일, 서울 용산 블루스퀘어에는 <위키드>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관객들이 향한 곳은 티켓 부스가 아닌 AI 포토부스 ‘AOP(Art of Photography)’였다. 한국후지필름이 선보인 차세대 경험형 포토 리테일 공간이다.
한국후지필름에 따르면 해당 AOP는 오픈 이후 공연 한 회당 100팀 이상이 촬영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겉보기엔 여느 네 컷 사진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의 비밀은 극 중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몰입형 세트에 있다.
부스는 크게 ‘시즈 유니버시티(Shiz University)’와 ‘클록 오브 더 타임 드래건(Clock of the Time Dragon)’ 두 구역으로 나뉜다. ‘시즈 유니버시티’는 글린다가 친구를 변신시키며 노래하는 ‘파퓰러(Popular)’ 장면을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관객은 동쪽 마녀(핑크) 또는 서쪽 마녀(그린)를 선택해 촬영할 수 있다. 반면 ‘클록 오브 더 타임 드래건’은 거대한 시계 장치와 역광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엘파바의 마법 순간을 포착한 듯한 신비로운 실루엣을 완성한다.
촬영은 전 과정이 AI로 이뤄진다. 카메라 높이와 앵글이 자동 조정되고, 인물 위치와 조명, 색감, 원근까지 계산해 사진작가 없이도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구현한다. 짧은 체험이 끝난 뒤 부스를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엔 만족과 설렘이 묻어났다.
사진이 곧 굿즈, 경험이 곧 기념품
AOP의 인기는 ‘경험을 소비하는 세대’, 즉 MZ세대의 문화적 욕망과 맞닿아 있다. 사진 한 장이 곧 굿즈가 되는 시대, 관객은 공연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그 순간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SNS에 올릴 디지털 콘텐츠는 물론, 즉석 인화물로 남기는 물리적 기록까지 포함된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 속 자신을 인증하고 싶은 욕망, 즉 ‘공연 일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역시 큰 역할을 했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공연과 전시를 즐기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경험형 콘텐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뮤지컬 장르는 마니아층의 사진 촬영과 굿즈 수집 열기가 뜨겁다”라고 말했다.
관객에게 공연 서사를 담은 사진은 단순한 인증이 아닌 ‘개인화된 기념품’이 된다. 관객이 소비자이자 창작자로서 공연 세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 소비 패턴이다. 한국후지필름은 <위키드>를 시작으로 <라이프 오브 파이> <물랑루즈> 등 다양한 공연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연극 공연장과 야구장 등 다른 문화 플랫폼으로도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도시, 경주가 새로운 얼굴로 세계인을 맞이한다.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더욱 주목받는 경주의 또 다른 여행 매력을 ‘시간·자연·체험’ 세 가지 테마로 소개했다.
클래식과 레트로
경주의 전통 위에 젊은 세대의 감각 한 스푼이 더해졌다. 이름하여 ‘뉴 헤리티지(New Heritage) 경주’다. 복고풍이 과거의 복원이나 계승에 머물렀다면 뉴 헤리티지는 그 위에 ‘재창조’를 더한다. 전통의 맥락을 현대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해 새로운 여행 문화를 만든다. 찬란한 신라의 수도, 경주가 요즘 사람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이유다.
노서동 고분군을 마주한 ‘오아르 미술관’은 개관 6개월 만에 18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뜨거운 명소가 됐다. ‘오아르(OAR)’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One-day Art Rendezvous)’의 줄임말이다. 천년 고분과 현대 미술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이 공간은 건축가 유현준이 설계를 맡았다. 처음엔 화려한 디자인을 고민했지만, 결국 주인공을 ‘고분’으로 둔 단순한 형태로 낙점했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황오동 경주역 뒤편의 관사촌 골목에선 ‘황오동 뉴 헤리티지’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새롭게 태어난 행복황촌 마을이다. 1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옛 경주역장 관사는 카페 ‘보우하사’로 운영 중인데, 적산가옥의 목조 구조와 주춧돌, 창살 등 원형을 그대로 살려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낡은 시간의 흔적이 오히려 세련된 감성으로 변모한 대표적 사례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천년서고’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물관 수장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한옥 외관은 유지하고 내부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소파에 기대거나 누워서 책을 읽는 ‘눕독(눕는 독서)’이 가능한 공간으로, 문화유산을 사유하는 동시에 공간 자체가 여행지가 된다.
자연 속에서 ‘인생샷’을 남기는 법
역사 유적보다 덜 주목받았던 경주의 자연 속 명소들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첨성대나 황리단길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금장대 습지 공원은 생태습지가 살아 숨 쉬는 도심 속 힐링지다. 강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전망 명소이자 야경 명소로 꼽히는 금장대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습지를 배경으로 한 나룻배 포토존은 SNS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하다.
화랑의 언덕은 경주의 숨은 비경으로, 고원 초원 위에 설치된 그네·피아노·계단 등 다양한 포토존이 인상적이다. 특히 ‘명상 바위’에 앉아 산과 논밭, 마을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감상하면 그림 같은 한 장면이 완성된다.
경주가 동해안을 접한 도시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동쪽으로 이동하면 천연기념물인 양남 주상절리군이 기다린다. 부채꼴 형태의 주상절리가 특히 유명하며, 35m 높이의 전망대와 1.7km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가을엔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이 인기다. 조용한 산간 마을에 자리한 이 숲은 때묻지 않은 시골 정취와 노란 은행잎이 어우러져 ‘가을 감성 여행지’로 손꼽힌다.
스릴로 즐기는 경주의 또 다른 얼굴
역사 도시로만 알려진 경주지만, 요즘은 액티비티 여행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1985년 개장한 경주월드는 영남권 최대 테마파크로, ‘파에톤’(인버티드 롤러코스터), ‘드라켄’(자유 낙하형), ‘발키리’(역주행 롤러코스터) 등 다양한 어트랙션이 스릴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올해 새로 문을 연 40주년 기념 어트랙션 타임라이더는 국내 최초의 ‘스윙 관람차’로, 높이 51m 상공에서 회전하며 아찔한 체험을 선사한다.
경주루지월드에서는 보문호수를 내려다보며 3km 길이의 트랙을 질주할 수 있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며 전망을 감상한 뒤 숲속 트랙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가 인기다. 5층 규모의 실내형 놀이 공간 원더스페이스 보문점은 게임 아케이드, 스포츠 시설, 레이저 서바이벌 등 코인 무제한 시스템으로 시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경주의 유적지를 무대로 한 야외 방 탈출 게임도 주목받고 있다. 경주읍성과 황리단길을 무대로 한 ‘물오름 달 열닷새’, 대릉원과 첨성대를 오가는 ‘황금자의 비밀’은 여행과 게임을 결합한 색다른 체험으로 인기를 얻는다.
경주의 ‘3색 매력’을 경험한 여행 작가들의 체험기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