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충북 음성에서 유독 화학물질 누출…주민·농작물 피해

이길중 0 11 11.04 17:45

분트 충북 음성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A업체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30일 음성군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누출사고가 발생한 A업체 반경 2㎞ 지역 3~4개 마을 주민과 농작물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고 이후 구토와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는 A업체 인근 공장 직원과 주민 수는 71명으로 늘었다.
사고는 지난 26일 오전 9시43분쯤 대소면의 A업체 지하 저장탱크에 있던 ‘비닐아세테이트(VAM)’ 약 400ℓ가 누출되면서 발생했다. 이 업체에선 지난 21일에도 VAM 누출사고가 일어났다.
VAM은 액체 형태로 접착제 원료로 쓰이는 ‘4류 위험물’이다. 주로 접착제나 코팅제 등으로 사용되며 흡입 시 호흡기에 자극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로 알려졌다. 음성군은 두 사고 모두 탱크 내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누출된 젤 형태의 물질과 가스가 주변에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작물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업체 주변의 식물들은 된서리를 맞은 것처럼 잎이 누렇게 변했다. 한 군청 직원은 “이번 사고로 한창 수확을 앞둔 배추와 무를 비롯해 작물의 잎이 누렇게 뜨거나 시들어 상품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오후 6시 기준 무와 벼, 호박, 토마토, 블루베리 등 44.2㏊의 농작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음성군은 사고 지역 내 농작물과 생산물 섭취를 유해성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전면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발령했다. 농작물은 원형을 보존하거나 분리 보관하도록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주지방환경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화학사고 조사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토양과 농작물 오염 실태를 정밀 조사한 뒤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다음달 3일에는 고용노동부, 음성군, 경찰 등이 참여하는 합동현장감식이 진행된다. 음성군 관계자는 “피해 지역 주민들이 신속하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 조사 등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위태로운 휴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자지구 주민들은 6만1000t에 달하는 붕괴된 건물 잔해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아래엔 1만~1만4000명에 달하는 주검들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을 수습을 위해선 굴삭기, 불도저 등의 중장비가 필요하지만 이스라엘이 반입을 허가하지 않는 까닭에 주민들은 가족과 친지들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애도하고 떠나보내기 위한 장례도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2년 동안 이어진 전쟁 기간 이뤄진 광범위한 파괴로 건물 잔해 처리와 시신 수습에 어려움을 겪는 가자지구의 현실을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 작업을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혹독한 복구 작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가자지구의 파괴된 건물 잔해는 에펠탑 25개에 달할 만큼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구조대원들은 삽, 곡괭이 등 원시적 도구를 사용해 맨손으로 시신 발굴에 나서고 있다. 가자지구 민방위대 인도적 지원 및 국제협력국장 모하메드 알무기르는 “전 세계가 이스라엘 인질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장비(불도저와 굴삭기 등)를 목격했다”면서 “우리도 시신을 수습하는 데 동일한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중장비 진입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휴전 발효 이후 16일간 수습된 시신은 472구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반환한 225구의 시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7~8층 높이의 건물 잔해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중장비가 필수적이다. 현재 발굴 작업은 1~2층 규모의 작은 주택과 건물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수백건의 실종 신고가 민방위대에 접수됐다. 민방위대는 건물과 주택 아래 묻힌 시신의 추정치를 확보한 상태로, 이스라엘이 당장 중장비 반입을 허용하더라도 시신을 수습하는 데 9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아야 아부 나스르의 대가족은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의 5층짜리 건물에 살았다. 나스르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100명이 넘는 친척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50명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건물 잔해 속에 묻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 수습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굴삭기 없이 시신을 수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전쟁 발발 직후인 2023년 11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잃은 하딜 샤히베르는 아직 일부 가족들의 시신이 건물 잔해 속에 있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잔해 속에 묻혀 존엄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신 신원 확인은 죽은 자의 존엄을 위해서 뿐 아니라 산 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심리학자들은 사망자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못하면 가족들은 ‘모호한 상실’ 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는 가자지구에 만연한 우울증, 트라우마, 정체성 혼란을 유발·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자지구에 남은 몇 안 되는 병원들은 실종자·사망자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DNA 검사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은 DNA 검사 장비의 가자지구 반입을 막고 있다. 시신의 부패가 진행되면서 사망자 식별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휴전 협정의 일부로 이스라엘이 반환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시신 또한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시신들은 눈이 가려지거나 미간에 총상을 입는 등 고문과 즉결처형의 흔적이 뚜렷했다. 지난달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신원 미상 시신 최소 54구가 집단 매장됐다. 이스라엘이 반환한 시신 225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75구에 불과하다.
“모든 전쟁이 끝난 뒤에는 누군가가 청소를 해야 한다. 누군가는 시체가 가득한 마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잔해를 길가로 밀어내야 한다”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말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선 잔해를 치우고 시신을 발굴하는 일도, 장례를 치르는 일도 지연되고 있다. 삶도, 죽음도, 죽음 이후도 평등하지 않다.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에 인질 시신 3구를 추가로 반환했다. 이로써 하마스는 반환하기로 한 시신 28구 가운데 총 17구를 반환했다. 휴전 발효 이후에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236명이 사망, 600명이 다쳤다.